01. 진통부터 병원입원까지
임신일 때부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 고민의 연속이였어요. 여자로 태어나 한번 쯤은 진통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너무 아플 것 같은 공포감에 제왕절개도 고민했었어요. 막달검사에서 의사선생님께서 골반검사를 하시더니 좌우는 괜찮은데 상하로 아기 머리가 살짝 끼일 것 같다는 말씀에 더욱 더 고민이 되었는데 저는 아기가 뱃속에서 예정일까지 지내길 원했고 복합적인 고민끝에 결국 자연분만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2023년 11월 출산예정일 4일전 오전 10시쯤부터 똥이 마렵듯이 배가 아팠어요. 30분 주기로 배가 사르르 아프다 말다해서 처음에는 뭘 잘못 먹었나 싶었는데 뭔가 기분이 쎄하면서 가짜 진통과 진짜 진통 중엔 하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아픈지 얼마되지 않아 피와 함께 맑은 분비물이 속옷에 조금 묻어 나왔어요. 그래서 혹시 오늘 출산을 하게 될 수 있으니 아침을 먹고 설거지, 샤워를 하고 병원에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웃긴게 그 와중에 잠이 쏟아졌어요. 우선 심각하게 배가 안아팠고 양수가 줄줄 셀 정도로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만약 출산을 하게 되면 잠을 자두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두시간동안 낮잠을 자고 일어났어요. 일어나자마자 출근했던 남편에게 카톡으로 비상 메세지를 넣고 제가 다니던 병원에 전화를 해봤더니 일단 내원부터 하라고 하셨어요. 출산을 하게 된다면 큰 짐은 남편에게 가져오라고 부탁하려고 아기수첩, 압박스타킹, 휴대폰, 지갑 등 간단한 짐만 들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제 담당선생님께서 오늘 하필 안나오셔서 다른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어요. 태동검사를 먼저 진행하고 현재 분비물이 양수인지 아닌지에 따라 출산의 여부가 결정돼서 검사지로 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양수가 맞아서 바로 입원수속을 밟았어요. 지금은 코로나 검사를 하는 줄 모르겠지만 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가 끝내 우셔서 마음이 아팠어요. “잘 끝내고 올게”라는 말씀을 드리고 남편에게 조리원와 병동에서 사용할 물품이 들어있는 캐리어와 출산할 때 필요한 것들(충전기, 세면도구, 담요 등)을 챙기고 오라고 전했어요.
02. 자연분만 시도하다 16시간만에 제왕절개 한 썰
입원수속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대기 병실에 누웠더니 오후4시30분으로 10분 주기로 골반과 허리통증이 시작되었어요. 간호사분께서 주기적으로 골반이 열렸는지 손가락으로 확인을 하시는데 기분도 나쁘면서 너무나 아팠어요. 이때부터 그냥 제왕절개 할걸 후회가 시작되었어요. 퇴근 후 짐싸기와 코로나 검사를 하느라 늦는 남편을 기다리는 중 통증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10분동안 참는 관장도 하였어요. 진료해주신 의사선생님께서 오시더니 빠르면 새벽3시쯤에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간호사분께서 골반이 열릴려면 복도에서 걷기 운동을 하라고 조언해주셔서 왕복 걷기운동을 하고 있던 중 오후7시에 갑자기 투둑하며 풍선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다리 사이로 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어요. 이것이 양수터지는 소리구나 직감하여 간호사님께 말씀드렸고 별일 없다는 듯이 알겠다고 하셨어요. 힘을 주면 주르륵 흘려내려서 좀 신기했어요. 양수가 터지고 남편이 드디어 도착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출입이 간단하지 않아서인지 간호사분께서 편의점 같은데서 밥을 사오던지 먹고 오라고 미리 전해주셔서 남편이 간단히 요기거리를 사왔어요. 일년 전 일이라서 가물가물한데 저한테는 많이 먹지 말라고 했던가 아니면 먹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진통을 참다가 오후10시30분 마취선생님께서 무통주사를 놔주시고는 퇴근을 하셨어요. 척추에 주사를 달고 통증을 느꼈는데 몇시간을 정말 참다참다 안되면 간호사분께서 무통주사를 넣어 주셨어요. 분만실로 저는 옮겨졌고 자연분만 진통 정말 미치는 줄 알았고 제 기준에서는 정말 후회했어요. 참으시는 분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체면을 생각하지 않은 채 환자분이며 간호사분들 계시더라도 아프면 소리를 질렀어요. 소리가 저절로 날 정도로 아팠어요. 그렇게 오후10시30분, 새벽3시30분에 한방씩 맞고 언제 아팠냐며 괜찮아져서 졸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무통주사가 잘 먹혔어요. 아까 의사선생님께서 빠르면 새벽3시에 출산할 것 같다는 말씀이 머리에 맴돌면서 초조해졌고 골반과 배는 점점 아프고 미치는 줄 알았어요. 총 4~5번 골반검사를 하는데 2cm에서 5cm, 5cm에서 7cm까지 열렸을 때가 새벽5시였어요. 생각보다 아기가 나올 생각이 없는지 간호사의 권유로 새벽6시까지 남편과 짐볼운동을 했어요. 이때가 진짜 극심한 통증인한 고비였고 제왕절개 노래를 불렀어요. 새벽에는 마취선생님이 안계신다고 하셨고 오전 6시에 촉진제를 투여했어요. 오전7시30분 그냥 소리를 계속 질렀던 것 같아요. 아파죽겠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힘을 잘 못준다고 혼내시는거에 열이 받아서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하하 저 그냥 제왕절개해주세요.
오전8시 진료를 봐주신 의사선생님께서 오셨고 아직 아기 심장박동수는 괜찮으니 좀 더 참아보자고 권유해주셨지만 저는 "안되겠는 걸요?! 제왕절개 해주세요." 진통주기는 1분주기로 시작되었고 통증으로 주민번호도 헷갈린 채 얼른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고 수술대에 올랐어요. 수술 무서운 거 모르겠고 통증이 없어졌으면 했어요. "하나 둘 셋"하고 저는 잠이 들었고 너무 힘들어 보이셨는지 새싹이가 태어나고 수술이 끝날 때까지 재워주셨어요. 그렇게 오전 8시 14분 새싹이가 태어났어요.
눈을 뜨니 너무 추웠고 헛소리를 했던 기억이 어럼풋이 나요. 남편을 보니 눈물이 주르륵 나고 새싹이의 건강하게 잘 태어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며 병동으로 옮겨졌어요. 뭔가 자연분만을 못 이겨낸 나약한 엄마같아 눈물도 나고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출산하는 제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듯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내면깊숙이 자연분만이 최고인 듯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잘못된 생각이였죠... 저처럼 최책감 가지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생명을 잉태한다는 사실로 이미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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